언제부터인가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는 말이 흔히 쓰이고 있습니다. 자본은 모빌리티라는 개념을 삼켜 세계의 이동을 점점 더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더 빠른 이동수단으로, 더욱더 촘촘한 배달과 유통 시스템으로, 자율 주행으로, 그렇게 세계는 움직여 나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감각하는 방법 자체를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IGMO: Ignorant Mobility 프로젝트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의 움직임들을 다시 감각할 수 있는 순간을 고민합니다. 효율적이고 똑똑한 이동의 반대편에서, ‘이그노런트 모빌리티’(Ignorant Mobility)는 목적 없이, 방황하고, 도달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혹은 이동할 수 없는 이동성과 미학을 다룹니다.

‘이그모’는 스타트업 회사의 애플리케이션처럼 보이는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이러한 유사-플랫폼을 만드는 방법론은 산업적인 문법을 따르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완전히 반대의 방식으로 작동하여 비판적 거리를 만드는 전략입니다. 이 플랫폼은 불편함을 유발하고, 멀리 이동을 제안하거나, 쓸데없이 데이터를 소비하도록 하고, 길을 잃게 만드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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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예술가들이 IGMO에서 작업을 펼쳐냈습니다. 이상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사용자를 방황하게 만드는 구동희의 웹사이트, 저 멀리서 도착한 근원적인 물질들을 어루만지는 박보나의 영상, 전미래 시제로서 금융과 모빌리티 사이의 복잡한 별자리를 그려나가는 양아치의 작업, 이음매 없이 디지털과 실제를 오가는 움직임을 다시 돌아보도록 하는 주현욱의 오디오 코치까지 igmo.app 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물류 시스템의 바탕을 이루는 존재들을 음악적으로 드러내는 오민수의 설치작업은 지도에 표시된 전시공간 사가에 직접 찾아가셔야 관람이 가능합니다.

IGMO는 연구자들과도 함께 합니다. 김수철은 로지스틱스와 금융,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결합되는 문제를 풀어냈습니다. 안은별은 열차시각표 독서라는 주제에서 사물과 현실의 전도까지 나아가는 경로를 그려나갑니다. 이문석은 모빌리티 권역으로서 아시아 4개국과 그 지역의 예술에 대한 연구를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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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움직입니다. 우리가 멈춰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사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배달과 택배, 이동 수단 같은 모빌리티 테크놀로지의 변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는 난민과 이주의 문제, 더 미시적으로는 매일 같이 이루어지는 통근 같은 이동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모빌리티의 문제입니다. 더욱 근본적으로 접근하면 철학에서의 움직임은 존재론적으로 또 다른 국면을 열어내고 있습니다. 에피쿠로스 학파와 같은 고대 유물론에 대한 재독해부터 맑스를 모빌리티와 움직임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내는 유물론적 사유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물리학에서도 절대적이고 고정된 사물이라는 관념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모든 물질은 이제 단립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장(field)입니다.

그렇기에 대상을 멈춰있는 것으로 두고 가만히 살피는 태도는 너무도 안일합니다. 하지만 단지 세계가 움직인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주장도 되지 못합니다. 단순히 모든 것이 모빌리티라는 인식도 의미가 없습니다. 문제는 모빌리티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이고 감각적인 역학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움직이는 세계를 다시 감각하기 위한 움직임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움직임을 탐구하기 위해선 움직임이 필요하지만, 어떤 방향을 정해 빠르게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달려나가는 세계와 속도를 맞추면 오히려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겠죠.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IGMO에서 다르게 움직이는 법을 함께 익혀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멀미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IGMO: Ignorant Mobility

구동희, 박보나, 양아치, 오민수, 주현욱

 

기획
권태현

연구
김수철, 안은별, 이문석

디자인, 웹개발
김규호

웹작업 제작
이시윤

도움
박이선

 

협력
사가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